우주기술의 변방이자 불모지였던 한국이 '세계 7대 우주강국'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우주산업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새롭게 열리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우리도 당당히 참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오랜 우주 도전의 역사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과 신흥 우주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우주 생태계가 조성될 전망이다.
◆누리호 발사, 우크라 전쟁 등 우주 중요성 인식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주산업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도 우주청 신설을 약속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8월 3일 미국에서 발사하는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 역시 빅이벤트다.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신화적 존재에 머물렀던 달에 마침내 우리도 간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6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우주경제비전 선포식에서 "발사체 기술력을 기업으로 이전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면서 "우주경제 시대를 열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항공우주청 설치를 통한 체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통신 시설이 파괴되자, 우크라이나 측 요청으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서비스가 제공됐다.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린 위성을 묶어 어떤 상황에서도 통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위성 2만 개가 목표인데 현재 2000개 정도가 떠있다. 러시아군 이동 모습이나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참상이 위성으로 포착되면서 어느 때보다 위성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비용절감과 민간 참여를 특징으로 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는 산업과 시장의 무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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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사진=뉴시스> |
◆뉴스페이스 시대 본격 개화
뉴스페이스의 핵심은 '민간'이고, 그 중심에는 '비용절감'이 있다.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이윤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민간기업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다.
비용절감의 대표 사례는 스페이스X다. 우주발사체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1단 발사체를 재활용한다는 희한한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긴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쉽게 말해 '기름값'만 있으면 우주를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셈이다. 발사체를 회수 재활용함으로써 위성 발사 비용은 과거 대비 10분의 1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기업은 우주기술을 개발해 직접 일반인 대상 영업을 하거나 정부에 판매하는 등 올드 스페이스 시절보다 훨씬 다양한 사업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2020년 우주산업 484조원
2020년 기준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3710억달러(484조원)로 추산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운데 발사체 비중이 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위성체 제조 비중도 4%밖에 안된다.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릴 때 우리 눈에 가장 많이 보이는 로켓과 인공위성은 우주산업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히려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데 필요한 지상장비(50%), 위성을 통한 각종 서비스(44%)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위성서비스는 위성에서 나오는 정보를 재가공해 서비스(위성TV 내비게이션 자원탐사 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접근이 쉽다. 국내에서는 위성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소규모 저궤도 위성은 발사하기 쉽고 비용도 저렴해 빠른 시장 개화가 기대된다.
◆우주기술 생태계 기대
우리나라도 우주개발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실력 있는 기업들이 제법 많다. 한국항공우주와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AP위성, 제노코 등은 우주발사체와 위성체를 모두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씨트랙아이는 위성체 기술을 보유했으며 인텔리안테크, 한양이엔지, 하이록코리아는 지상장비를 개발한다. 이 기업들은 모두 상장사여서 이미 투자자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
아직 상장하지는 않았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기업도 많다. 이노스페이스, 지티엘, 다비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직접 소형 발사체를 제작, 위성을 우주 궤도에 쏘아보내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오는 12월 브라질에서 이 발사체를 시험 발사, 한국판 스페이스X가 되는 게 목표다.
지티엘(GTL)은 저궤도 위성용 자동추적 안테나 시스템을 개발한다. 하루에 지구 13바퀴를 회전하는 저궤도위성을 추종, 3축 구동 시스템을 통해 위성 신호를 끊김없이 잡아낸다. 다비오는 인공지능 영상판독 기술을 보유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설립하고 북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위성 영상에서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주는 기술이 특징이다.
김용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윤 대통령은 6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우주경제비전 선포식에서 "발사체 기술력을 기업으로 이전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면서 "우주경제 시대를 열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항공우주청 설치를 통한 체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용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